나는 원래 영화를 여러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한 번 보고 나면 그 여운을 간직한채로 영화관을 떠나 다음에 발걸음 할 때는 다른 영화를 보러 가곤 했다.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여러번 본 영화는 [호빗: 뜻밖의 여정]이었다. 재밌지만 감독의 전작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의 완성도엔 조금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는 좋은 영화는 몇번이고 다시 영화관에서 보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고, 1년이 지나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 영화를 열 번이나 보게 되었다. 또 보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캡틴 아메리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한 친구가 나에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라는 마블 코믹스를 선물로 주었다. 나는 그 전까지만 해도 [아이언맨]을 제외한 마블 코믹스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앎이 전무했다. 읽기 전에 간단히 검색을 해보니 마블에 나오는 또 다른 수퍼히어로였고 내가 보기엔 조금 촌스러워 보이는 코스튬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미국인들의 자부심. 나는 수퍼히어로물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흥미롭게 읽었고 캡틴이란 캐릭터가 좋아졌다. 그리고 이 캐릭터가 영화로 만들어졌단 것을 뒤늦게 알고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를 보았다. 그렇게 재미없는 영화가 아니었고 스티브 로저스가 갖고 있는 신념, 그리고 그가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까지의 과정, 되고 난 후에 밟아가는 성장 과정이 꽤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페기 카터와의 안타까운 로맨스도 좋았고. 그러나 액션이 다소 아쉬운 점, '애국자'라는 캐릭터 설정이 우리나라 관객에게 그렇게 어필했을 것 같진 않았다. 실제로 흥행 성적도 처참했다. 그리고 [어벤져스]에서 그 특유의 캐릭터성이 부각되지 못했고 그냥 영화의 재미 요소로 꼰대 늙은이로 전락해버린 것 또한 아쉬웠다. [어벤져스]에서도 액션은 아쉬웠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작년에 유출된 캡틴 아메리카 2 촬영장 사진에서 스티브는 나타샤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친구들과 이것은 임무 중에 위장 키스일 것이다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원래 둘의 조합을 좋아했기 때문에 캡틴 아메리카 2도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다. 북미 프리미어 이후 쏟아지는 극찬에 나름 기대감을 안고 영화를 보러갔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첫번째 영화 '퍼스트 어벤저'와는 아예 다른 영화다 싶을 정도로 확 변모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1편을 좋아하긴 했지만 2편이 나의 취향에 더 잘 맞았다. 살과 살, 근육과 근육이 부딪히는 소리가 퍽퍽 울려퍼지는 캡틴의 대인 액션씬이 처음부터 눈을 사로잡았고, 어벤져스에서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액션이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단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주었다. 실제로 감독들과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이를 위해 여러가지 무술과 아크로바틱, 심지어는 캡틴 아메리카 게임도 참고했다고 한다. 공들여 준비하고 연기한 것이 아깝지 않은 액션씬이었고, 15세 관람가에서 할 수 있는 액션은 모두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액션씬이 내가 영화를 10번이나 영화관에 가서 보게 된 이유 중에 하나였다. 처음 레무리안 스타 위에서의 액션, 윈터 솔저와의 대인 액션씬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스티브 로저스,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도 이 영화를 통해 제대로 정립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코믹스에서는 이미 여러 버전이 나오며 완성도 높은 캐릭터성을 자랑했지만 [어벤져스]를 통해 보여졌듯 영화 세계관에서 21세기의 캡틴의 정체성이 딱 무엇이다 라고 말하긴 힘들었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가 역설한 자유에 대한 신념이나, 망가진 세계에 대해 단호하게 대면하는 그의 성정이 그가 단순히 70년 자다 깨어난 구식 군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으므로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한다)

블랙 위도우에 대해서는 이 캐릭터가 얼마나 좋았는지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저 캡틴의 조력자로만 나올 줄 알았는데 이정도의 존재감을 뿜을 줄은 몰랐다. 캡틴과 함께 공동 주연같은 존재감과 매력을 뿜어냈다. 나타샤는 똑똑하고, 유능하고 무엇이든지 해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것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국회 증언석에서 그 당당함이 어째서 쉴드 요원일 뿐인 이 캐릭터가 어벤저스의 멤버로 한 축을 담당하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큰 줄기 말고도 스티브와 나타샤의 대화가 영화 내내 이어지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둘의 케미가 정말 강렬했다. (그녀가 화살 펜던트 목걸이를 하고 있는 걸 감안해도 엄청났다!) 내용은 그녀가 그에게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라고 잔소리하는 내용이지만 그런 오피스 와이프의 모습으로 이런 긴장감을 뿜는다는 게 나를 더 이 관계에 빠져들게 했다. 중요한 순간 딱딱 호흡 맞는 액션이나 동작들이 몇 년 동안 같이 임무를 수행한 것처럼 같았다. 스티브가 나중엔 그녀를 믿고, 그녀도 나중엔 그를 로저스가 아닌 스티브로 부르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윈터 솔저! 이번 영화에서 완전히 이 캐릭터에게 반해버렸다. 요즘 영화들에서 빌런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와도 전혀 긴장감 없는 것과 달리 윈터 솔저는 처음 등장부터 그 위압감을 온몸으로 뿜어냈다. 닉 퓨리의 차를 날려버리고 그 옆으로 스윽 비켜나는 부분에서부터 무게감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The Winter Soldier' 트랙의 기이한 음색까지 더해져서 그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두려움이 엄습하였다. 귀신 이야기 같지만 정작 마주치면 그 신체성과 묵직함에 압도당한다는 것이 특이했다. 형체가 있는 귀신같은 느낌이랄까. 귀신이 강철팔을 달고 있는 점도 그러하다. 윈터 솔저와 스티브 로저스의 격투씬이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이다. 그가 버키 반스인 것을 알고 주위 소리를 모두 잊은 스티브 로저스, 그에게서 자신의 원래 이름을 듣고 혼란스러워하는 버키 반스. 이 둘의 관계가 너무 서글프다. 스티브는 줄곧 "내 친구들이 없어서" 혹은 "나랑 같은 인생 경험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라는 말을 하는데 거기에 죽은 줄 알았던 (자기 탓으로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가 적으로 나타났으니 스티브도 불쌍하고 버키도 불쌍했다. 마지막에 End of the Line이라는 아련한 멜로디가 자꾸 귀에 남는다. 엔딩 장면, 쿠키 장면을 생각하면 버키의 이야기가 3편까지 계속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감독도 그렇게 말해주니 벌써부터 캡틴 아메리카 3편 영화 티켓을 예매하고 싶은 심정이다. 



덕통사고의 현장.gif

버키와 스티브 둘의 캐릭터, 둘의 관계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이 세 캐릭터 말고도 팔콘, 알렉산더 피어스, 닉 퓨리 등 모든 캐릭터가 다 매력있고 좋았다. 특히 마리아 힐이 쉴드 요원으로서 그 똑부러진, 그리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 

"어떤 때에는 다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는 페기, 피어스의 말대로 캡틴은 결국 쉴드를 끝장내고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쉴드가 아니고 사람들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쉴드이든 하이드라든 사람이 자유로운 것을 방해한다면. 이 과정에서 로저스의 캐릭터가 참 잘 그려졌고, 탄탄한 대본과 멋있는 액션으로 영화가 멋지게 완성되었다. 엔딩 시퀀스가 빨리 공개되었으면 하는 바람.

 

Posted by xopang :

알프레도 파스타

2013. 11. 4. 11:28 from recipe

알프레도 소스는 소스를 잘 먹는 페투치니 면으로 만들 때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저녁도 페투치니로 알프레도 파스타를 만들었다. 보통 베이컨이나 판체타를 고기로 넣지만 난 고기가 없다... 그래서 양송이 버섯으로 대신했다.

<재료>

마늘, 적양파, 양송이버섯, 요리용 생크림, 파마산 치즈, 페투치니 면

허브: 후추, 오레가노, 칠리, 허브 믹스, 세이지 (내 취향)



재료를 준비할 때 미리 물을 올려놓는다. 파스타 100g당 물 1리터, 소금 10g을 넣으라고 페투치니 면 상자에 써있다. 그래서 꽤 걸리니까 미리 물을 끓이기 시작할 것



마늘, 양파, 버섯을 볶다가 노릇한 빛이 돌면 버터를 잘라 넣는다. 느끼한 걸 좋아하면 듬뿍 넣으시길. 나는 버터가 얼마 남지 않아 이만큼만 넣었다..


버터가 다 녹으면 생크림을 붓는다

물이 끓었다 페투치니면을 넣는다~~~! 면수는 소스에 넣을 것이니까 버리지 말 것.



파르마산 치즈는 농도를 맞추기 위해 세 번에 걸쳐 넣었다. 불은 약불.

원래 페투치니 면은 10분 익히지만 나는 소스에 넣고 볶을 것이었기 때문에 8분만 삶고 소스에 부었다. 이 때 면수 한 국자 정도 넣어서 농도를 맞춰줬다. 후추를 갈아넣고 허브는 평소 넣던 허브 믹스(무슨 프레시 허브라고 써있음..), 오레가노에 칠리를 한 번 넣어봤다. 



느끼하게 잘 됐다 맛있다

판체타나 베이컨을 넣을 거면 마늘 볶기 전에 일단 고기를 잘게 썰어서 볶는다. 그럼 고기는 건져내고 기름을 좀 닦아내서 거기에다 마늘을 볶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이 방법대로 하다가 면 넣을 때 베이컨(혹은 판체타)을 같이 넣어서 볶아준다.




'reci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일 카레 만들기  (0) 2013.10.31
요리왕 되기  (0) 2012.04.22
나도 이제 요리한다니깐! 닭볶음탕!  (2) 2012.03.24
Posted by xopang :


Top of the Rock 티켓을 끊어서 올라간 록펠러센터

50번가에 있다. 

엠파이어에 안 가고 록펠러를 선택한 이유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뉴욕 야경"을 보고싶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라가는데 27달러 하는 티켓을 사야 한다.

27달러...

내 감상은.. 옥상에 올라가서 허공에 27달러를 뿌리고 온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름답고 좋았다. 하지만 요즘 뉴욕에는 야경이 이쁘게 보이는 루프탑바가 아주 많다.

그곳에 가서 27불하는 음료를 마시며 편히 앉아서 야경을 보는게 훨씬..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5분만에 야경을 다 보고 내가 뭐한건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여튼 루프탑 바에 가세요




'New Yo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Sarabeth's Kitchen  (0) 2013.10.31
2013.10.25  (0) 2013.10.31
Williamsburg, Brooklyn  (1) 2013.04.20
Posted by xopang :